‘아이리스’ 저격총 같은 모델 살상 가능 모의총 대량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경찰청 권두섭 수사계장이 압수한 모형 K2 소총(왼쪽)과 진짜 총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7일 오전 11시30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체육관. 경찰이 압수한 모의 총기류의 위력을 실험했다. 서울 광역수사대 박승배 경사가 다연발 권총 ‘글록(Glock)’으로 5m 앞에 있는 승용차 뒷면 유리를 겨눴다.

다연발 권총은 한 번 격발에 최대 30발의 탄환이 동시에 발사되는 총이다. 글록에는 지름 6㎜의 강구탄(쇠구슬탄)이 탄착돼 있었다. 박 경사가 총을 발사하는 순간, 유리 전체가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어 박 경사는 또 다른 권총 ‘데저트이글(Desert Eagle)’로 5m 거리에 놓은 맥주 캔을 겨눴다. 강구탄이 ‘따지 않은 맥주 캔’을 뚫고 지나는 순간, 맥주 줄기가 양쪽으로 치솟았다. 이 총들은 무허가 총기 제작업체 대표 김모(36)씨가 불법으로 유통시킨 것들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모형 총기류 1500여 정을 유통시킨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김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판매업자와 구매자 등 19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M-4 소총, 글록 권총 등 군대에서 실제로 쓰이는 총기류를 수입하거나 제작해 판매했다. 이 총기류는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저격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쓰는 모델명과 같다. 경찰이 시범을 보인 것과 같이 ‘인명을 살상할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 시뮬레이션 저격장, 대학 경호학과 연구실 등에서 구매했고, ‘장난감 총’인 줄 알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일반인도 많았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장난감 비비탄 총의 위력은 1.5m 거리에서 A4 용지 4장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김씨가 판매한 총 중에는 방위산업체에서 직접 부품도를 건네받아 제작한 것도 있다. 경찰은 김씨가 서울 문래동에 있는 K방위산업체에서 군용 K-2 소총 부품도를 받아 모의 총기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김진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