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 중앙고 6:7 속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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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강원도의 힘' .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고생길' 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면 콜드게임으로 지는 일이 다반사였던 어두웠던 강원야구의 그 시절. 일방적으로 지고 내려가던 그 길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그러나 더이상 강원도는 야구 불모지가 아니다.

'강원도의 힘' 은 고교야구의 태풍으로 자라났다.

제3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현대증권 협찬, 스포츠제로원닷컴 후원)에서 춘천고와 속초상고가 나란히 8강에 합류, 고교야구의 강원도 시대를 열었다.

대회 4일째를 맞은 1일 춘천고가 청룡기 3연패에 빛나는 인천의 자존심 동산고를 콜드게임으로 꺾었고 속초상고는 팀창단 3년 만에 전국대회 첫 8강의 쾌거를 이뤘다.

케네디 스코어(8 - 7)보다도 더 재미있다는 루스벨트 스코어(7 - 6)에다가 9회말 2사후 끝내기 안타가 터진 명승부.

1회전에서 강호 천안북일고를 연장접전 끝에 누르고 2회전에 올라온 속초상고의 패기가 전통의 명문 중앙고마저 무너뜨리고 전국대회 첫 8강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경기는 2점을 도망가면 2점을 쫓아가는 쫓고 쫓기는 접전으로 진행됐다.

중앙고가 3회초 김정환의 2점홈런으로 먼저 기세를 올리자 속초상고는 곧바로 3회말 박명옥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중앙고가 5회초 2점을 또 도망가자 속초상고는 6회말 조영훈의 2점홈런으로 다시 균형을 이뤘다.

7회초 중앙고는 다시 김운태.김정환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내 승리를 손에 넣는 듯했다.

그러나 끈기의 속초상고는 8회말 조영훈의 1점홈런과 박용근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끈질긴 승부근성을 발휘했다.

연장전을 눈앞에 둔 9회말 속초상고 선두타자 박명옥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타자의 보내기번트와 내야땅볼로 2사 3루가 되자 중앙고 투수 김세빈은 4번타자 조영훈을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이날의 히어로가 된 5번타자 이동호는 초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깨끗한 좌전안타로 연결되면서 승리의 여신은 속초상고에 미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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