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임 첫 장기공연 남긍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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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남긍호 (37.사진)는 이제 한국 마임계의 중요한 인물로 성장했다.

8년간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97년 귀국한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래서 '마임계의 신성(新星)' 이란 표현은 지금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 마임계 처음으로 한달 동안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마임극 '아이 앰(I am) 프랑켄슈타인' (02-764-8760)을 선보이는 것.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우리 마임계에서 한달 공연은 실험에 가깝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증거다.

"공동 창작품입니다. 다른 배우 네 명과 함께 동작.장면 등을 만들면서 작품 전체의 앙상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일반인들은 마임 하면 찰리 채플린이나 마르셀 마르소 식의 익살스런 연기를 떠올리겠지만 이번 작품은 드라마 색채를 크게 강화했다.

지난달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러시아 데레보 극단의 '원스' 처럼 정교한 몸짓에 음악.무용 등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신체극이다.

많은 마임 공연이 대체로 10여분 남짓한 단막을 여러 편 묶는 반면 이번엔 1시간 15분 동안 한가지 소재를 다뤄 장막 마임극을 개척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 마임은 아직도 자기 안에 갇힌 느낌입니다. 타 장르와 교류가 적다는 뜻이지요. 그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음악적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가면.인형도 적절히 동원해 웃음과 환상이 가득한 무대로 꾸밀 겁니다. "

'프랑켄슈타인' 은 1812년 영국 작가 그린 메리 셸리가 발표한 공포소설. 인간복제의 위험성을 선구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영화로도 많이 제작돼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를 마임극으로 각색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의 논란거리인 생명복제 문제를 말하고 싶었어요. 같이 출연하는 괴물 역의 이준혁의 '괴물' 같은 외모에서 힌트를 얻었지요. "

옆에 있던 이준혁이 쑥스러워 한다. 반면 북극 빙판에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이 함께 죽는 것으로 끝나는 원작과 달리 마임극에선 둘이 결혼하는 장면으로 매듭을 지었다.

"물감이 화가에게, 악보가 작곡가에게 재료이듯 배우는 연출자의 식량입니다.

그를 죽일 수는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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