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각 2000' 전시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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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차원(次元)의 관점에서 미술을 이해한다면 회화는 2차원, 조각은 3차원이다.

여기에 시간성이 도입되면서 현대 미술은 4차원의 세계로 진입했다.

각종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설치미술은 이런 '차원의 진전' 을 잘 보여준다.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미술관(관장 이연수)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의 한국 조각 2000-새로운 차원을 찾아서' 는 3차원의 세계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조형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박상숙.이용덕.김수자.문주.정현.최재은 등 여섯 명이 출품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최재은은 성철스님 사리탑이나 경동교회 옥상 대나무 설치 작업 등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

나무를 강철로 에워싸거나 미생물을 유리병에 넣어 땅에 파묻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여주는 등 같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생물과 무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는 천을 바느질하거나 보따리로 싸는 예전 작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재불작가인 박상숙은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의 재료로 유대관계의 집약체인 '집' 을 만든다.

1985년 중앙미술대전 특선 작가인 정현의 작품은 투박하게 추상화한 얼굴 조각, 대담하게 잘라내 마구 일그러진 형태의 토르소에서 힘차고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풍겨나온다.

이 기획전은 모란미술관에서 한국조각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96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다. 28일까지. 0346-594-8001.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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