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사 퀸텀펀드 등 개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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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무래도 내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던 조지 소로스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장에서 퀀텀펀드와 쿼터펀드의 개편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퀀텀펀드와 쿼터펀드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가 운영하는 5개 펀드의 간판 펀드다.

전체 운용자산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이 펀드들이 20~30%의 큰 손실을 기록하며 허덕이자 천하의 소로스도 이처럼 '약한 모습' 을 보였다.

그는 "투기적 투자전략을 포기하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로 방향을 바꿀 것" 이라며 "위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낮은 수익률을 감수할 생각" 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계의 양대 거물로 꼽혀온 줄리안 로버트슨(67)이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6개 헤지펀드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달 만에 나온 것으로 최근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헤지펀드계의 사멸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89년부터 퀀텀펀드를 맡아온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퀀텀펀드를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로 끌어올린 인물. 지난해 중반 마이크로소프트.선 마이크로스시스템스.퀄컴 등 첨단기술주에 손을 대 35%의 고수익을 올리는데 성공했으나 최근 첨단기술주의 주가 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2월 나스닥 시장에서 손을 뗐어야 했다" 며 후회했다.

쿼터펀드의 닉 로디티도 92년 이후 평균 3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으나 최근의 기술주 폭락을 비껴가기는 힘들었다.

퀀텀펀드는 앞으로 뱅커스 트러스트의 회계담당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소로스 펀드의 최고경영자가 된 던컨 헤네스(43)가 맡게 된다. 헤네스는 퀀텀에서 분화된 소규모 펀드들의 자산 운용을 모니터하고 리스크 관리를 책임질 예정이다.

퀀텀 및 쿼터 펀드는 앞으로 운용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은 이를 감수하고 펀드에 잔류하든가, 아니면 환매를 요청해야 한다.

소로스는 환매요청에 응할 만큼 충분한 현금이 확보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소로스측은 보유 중인 하이테크주를 매각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들의 잇따른 항복선언은 앞으로 국제투기자본의 고위험.고수익 투자행태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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