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2차 준비접촉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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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 에서 열린 2차 준비접촉에서 남북 대표단은 덕담을 나누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5년9개월 만에 남측 손님을 맞는 통일각 회담장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태도를 반영하듯 말끔히 정돈돼 있었다.

○…오전 11시30분 회담이 끝난 뒤 김영성 북측 단장은 "오늘 회담이 잘 됐느냐" 는 질문에 "잘 됐습니다.

귀측에서 발표할 것입니다" 라고 대답. 이에 우리측 양영식 수석대표는 "판문점 길은 평화와 통일의 길" 이라며 "우리는 계속 밝은 얼굴로 만납시다" 라고 화답. '梁수석대표 등 우리 대표단과 취재단은 이날 오전 11시37분쯤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자유의 집' 으로 귀환. '

○…지난 22일에 이어 닷새 만에 다시 만난 梁수석대표와 金단장은 준비접촉에 앞서 덕담을 나눴다.

金단장은 특히 梁수석대표에게 "우리 말에 '천리비린' (千里比隣)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이고, 마음이 천리면 지척도 천리라는 말" 이라는 얘기를 건네 회담이 생산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통일각은 지상1층.지하1층 구조에 연면적 4백60평 규모로 1985년 8월 완공됐으며 북측은 이번 회담을 위해 깨끗이 단장해 놓았다. 판문점 북측에서 회담이 열리면 대부분 이곳이 회담장으로 사용된다.

98년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때 이곳에서 소와 트럭이 북한측에 인도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회담을 서울과 평양의 회담전략 요원 및 정상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회담장에는 카메라와 영상송출 장치를 설치했다.

○…통일각에 나와 취재 중인 북측 기자들은 안면이 있는 남측 기자들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고 음료수와 다과를 권하기도. 1차 접촉 때 평화의 집을 방문했던 박용남(44) 조선중앙방송 기자는 "준비접촉이 열릴 때마다 단비가 내린다" 면서 "그동안 가물었던 한반도에 역사적인 회합이 잘 되라는 '통일의 단비' 가 아니냐" 고 덕담. '

그러나 회담장 밖과 복도 등에 배치된 행정요원들은 남측 기자들의 인사말을 외면하는 등 굳은 표정.

○…통일각 입구에는 '김일성 통일 친필비' 라고 쓴 비석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비석은 金전주석이 사망하기 하루 전인 94년 7월 7일 남북 정상회담(7월 25일 예정) 남측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직접 쓴 글씨를 새겨 만든 것이라고 설명.

한편 우리측 자유의 집에는 북한측의 거부로 통일각에 들어가지 못한 외신기자 등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경쟁을 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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