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공포! 등·하교길 차량] 下.학교앞 사고 대구만 年 150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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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 S초교 3학년인 崔모(9)양은 얼마전 등교길 학교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승용차의 사이드 밀러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팔뼈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었다.

崔양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줄지어 건너는 등교길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을 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 여전한 스쿨존 교통사고〓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소답초교 앞 도로에서는 술 취한 승용차 운전자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임한나(12)양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지난해 6월엔 대구 수성구 신매초교 1학년생이 학교 옆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시내버스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학부모는 최근 대구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신호등도 없는 8차로를 건너 다니는 바람에 교통사고 공포에 시달린다" 며 "신호등이 설치될 때까지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 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상 대구경찰청 자료에도 1997년 1백80건(사망 2명, 부상 52명), 98년 1백48건(부상 40명)의 교통사고가 스쿨존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가 줄긴 했지만 '위협' 은 여전한 것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스쿨존에서 경미한 교통사고가 날 경우 경찰에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사고건수는 통계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스쿨존을 지키자〓스쿨존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은 운전자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취재팀이 만난 10여명의 운전자 가운데 스쿨존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회사원 김창섭(38.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학교 앞에서는 속도를 조금 줄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대부분 운전자들이 스쿨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고 말했다.

학교 주변 교통상황과 맞지 않는 스쿨존의 시설물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교통사고가 잦거나 과속차량이 많지만 과속방지턱이 없거나 넓은 도로에 신호등이 없어 어린이.학부모를 불안케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스쿨존의 불법 주.정차나 각종 장애물의 철거 책임이 있는 구청들도 "일손이 부족하다" 는 얘기만 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대구지부 유운성(柳雲盛)연구원은 "인근의 교통체계.교통량 등 여건을 고려해 시설물을 보완하는 등 학교별로 실정에 맞는 스쿨존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柳원구원은 "하지만 제도보다는 운전자들의 의식이 더욱 중요하다" 며 "단속과 홍보를 병행해 스쿨존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대구경찰청 유욱종(劉旭鍾)교통계장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스쿨존의 과속운전을 집중단속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홍권삼.황선윤.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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