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경쟁력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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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대변화 거부하고 철밥통으로 남을 때''비위 맞추는 사람 우대''편안한 곳에서 세월만 보내려는 행태''끊임없는 회의와 보고'…

16일 경남도지사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공개된 '경남도청 망하는 법'90가지 중의 일부다.

김태호 지사가 지난 7월 22일 아이디어 내라고 지시,10개 실국이 50여일간의 작업끝에 낸 것이다.

김 지사가 지시가 내렸을때 도청 공무원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한바탕 소동끝에 '역발상으로 흥하는 법 모색'이라는 지사의 의도를 파악한 공무원들은 망하는 법을 찾아 헤맸다.

경제통상국은 '경남도 패망론'을 만들기 위해 과장과 계장들로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고, 건설도시국은 10년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들었던 '삼성이 망하는 법'을 참고했다.

경제통상국에서는 지사가 표를 의식해 법적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공무원노조와 '인사협약'을 체결했고, 과장과 국장도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씹힐' 것을 우려해 소신을 펴지 못한다는 따금한 지적도 나왔다.

조직분야에서는 ▶도청 조직 과대평가, 외부집단에 압력행사▶관료화된 조직보호 등 10가지가 소개됐다.

인사분야에서는 ▶상사 입맛에 맞는 공무원 베스트 선정▶자기사람 심어 파벌 조성▶전문성과 경쟁원리 무시하고 연공서열 중시하는 인사 등 잘못된 인사관행을 나무라는 13가지였다.

김 지사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남도가 경쟁력을 잃으면 설 자리가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자세로 망하는 방법을 찾도록 했다"며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적된 내용을 바로잡고 1년 뒤 개선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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