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추석 택배 속 불황 그늘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 대한통운 중부영업소 직원들이 16일 이른 아침 추석 택배 물량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불경기에다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내세워 선물을 줄이고 있다지만 시골 부모님들이 서울 자녀들에게 보내는 농산물 선물은 늘어나 추석 배달 물량은 예년보다 줄지 않았어요."

16일 오전 8시 서울 서빙고동 대한통운 중부영업소에서 바쁜 일손을 놀리던 김양훈 영업담당 과장은 '고향특수'가 올 추석 택배회사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50평 규모의 창고에는 과일.건고추.쌀 등 지방에서 갓 올라온 농산물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요즘 처리되는 택배물량은 하루 2만2000여개. 지난달보다 35%가 늘었다. 이 중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물량은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었다.

불황이라서 그런지 이 회사의 화물창고에는 일용품 세트 등 값이 저렴한 선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11년째 택배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김우창 소장은 "선물 택배의뢰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선물 가격대는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선물 물량의 90% 이상은 10만원 안팎의 중저가 품목이 주류라는 것이다. 택배업체의 주거래처도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바뀌고 있다.

백유택 택배사업팀장은 "이번 추석엔 할인점 물량 비중이 50%까지 늘었다"며 "택배업체들이 할인점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또 "기업 윤리경영 강화로 배송된 선물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 이를 처리하느라 일손은 더욱 바빠졌다"고 말했다. 강남.서초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조석진 과장은 "서울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선물 배달물량이 많은데 이 중 4%가량이 반송된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수취 거부물품이 썩지 않도록 영업소별로 대형 냉동고를 전면 가동하고, 냉동차량 70대 중 30% 정도를 보관용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같은 사정은 한진택배. 현대택배 등 다른 택배사들도 비슷하다.

이곳 택배 직원들은 잠시 서서 얘기하지도 못할 정도로 부산히 움직이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아예 이번 주부터 근처 숙직소나 여관에서 눈을 붙인다. 다음주에는 지금보다 물량이 4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정현목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