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서류철 대신 노트북 한대로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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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카자흐스탄.러시아 순방에 나설 노무현(얼굴)대통령은 최근 '태블릿 PC'라는 최첨단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다. 전자 펜으로 화면에 글씨를 쓰면 내용이 파일로 저장되고 무선 자판도 갖춘 노트북이다.

여기에 러시아 관련 자료를 빼곡히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입력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눌 대화, 협상 전략이 뜨는 시스템이다. 과거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청와대 수석들이 노란 서류철을 한 뭉치씩 들고 있던 것과 달리 노트북 하나를 달랑 들고 필요할 때 펜 터치를 하는 대통령의 새 풍속도를 보게 되는 셈이다.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북핵 해결과 경협을 위한 4강 외교의 마지막인 만큼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백쪽의 자료와 관련 서적을 섭렵했고 세 차례나 종합보고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솔직하고 실용적이라는 점에 착안, "외교적 수사나 구름 잡는 얘기보다는 에너지.과학기술 협력 등 실질문제로 바로 들어가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또 "우리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토록 하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사전 협상팀은 "푸틴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스킨십을 늘릴 행사를 많이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방문의 최대 우려는 테러다. 최근 항공기 추락, 인질극이 벌어진 때문이다. 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열릴 예정이던 옥외의 'KBS 열린음악회'도 이 때문에 무기연기됐다. 청와대 측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 국가인 만큼 무엇보다 러시아 측이 신경을 써줘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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