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러시아 관련 자료를 빼곡히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입력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눌 대화, 협상 전략이 뜨는 시스템이다. 과거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청와대 수석들이 노란 서류철을 한 뭉치씩 들고 있던 것과 달리 노트북 하나를 달랑 들고 필요할 때 펜 터치를 하는 대통령의 새 풍속도를 보게 되는 셈이다.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북핵 해결과 경협을 위한 4강 외교의 마지막인 만큼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백쪽의 자료와 관련 서적을 섭렵했고 세 차례나 종합보고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솔직하고 실용적이라는 점에 착안, "외교적 수사나 구름 잡는 얘기보다는 에너지.과학기술 협력 등 실질문제로 바로 들어가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또 "우리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토록 하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사전 협상팀은 "푸틴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스킨십을 늘릴 행사를 많이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방문의 최대 우려는 테러다. 최근 항공기 추락, 인질극이 벌어진 때문이다. 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열릴 예정이던 옥외의 'KBS 열린음악회'도 이 때문에 무기연기됐다. 청와대 측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 국가인 만큼 무엇보다 러시아 측이 신경을 써줘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