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립파 천수이볜 '손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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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은 천수이볜(陳水扁)의 대만 총통 당선 이후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陳당선자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陳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국은 뤼슈롄(呂秀蓮)부총통 당선자가 독립지지 발언을 거듭하는 것도 陳당선자가 사주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 제3차 국공합작〓명보(明報)와 빈과일보(果日報),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홍콩 주요 언론들은 최근 베이징(北京)소식통을 인용해 일제히 "중국이 제3차 국공합작을 계획 중" 이라고 보도했다.

陳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대만 국민당과 합작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양당은 1924년과 36년에 각각 군벌타도와 항일전을 명분으로 손잡은 적이 있다.

대만의 인터넷신문 명일보(明日報)는 15일 "중국군 최고사령관인 장완녠(張萬年)중앙군사위 부주석이 9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대만 정계인사를 만나 국민당 롄잔(連戰)부총통의 퇴임 후 본토방문 등 협조방안을 논의했다" 고 보도했다.

◇ 싸움걸기〓 "통일사상을 원칙으로 견지하고, 냉정하게 관찰해 독립을 억누르고 통일을 촉진하며, 전쟁으로 평화를 북돋우되 조급함을 경계하고, 압력을 유지해 담판을 끌어낸다. "

중국 정치국이 이달초 발표한 서른두 글자로 된 이른바 '32자 방침' 의 내용. 대만독립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구체적인 방침은 끊임없는 싸움걸기다. 군사훈련을 계속해 양안간 긴장을 고조하고 대륙에서 사업하는 20만 대만상인을 압박해 연 2백억달러에 이르는 대만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차기선거 준비〓중국의 첸치천(錢其琛)외교담당 부총리 겸 국무위원은 최근 당 내부회의에서 "4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대만인들의 60%가 陳을 반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도 했다.

차기 대선에서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도록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대만내 반민진당 세력을 비밀리에 도울 방안을 앞으로 1년내에 구체적으로 마련키로 했다.

홍콩 최대일간지 동방일보(東方日報)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중국은 겉으로는 국민당과 통일문제를 협의하되 물밑으로는 지난 총통선거에서 무소속으로 2위 득표한 쑹추위(宋楚瑜)를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 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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