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검토는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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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디노미네이션 변경을 위한 연구.검토는 모두 끝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동안 디노미네이션 변경의 절차나 비용 부담, 디자인, 권종 등 실무적인 검토를 내부적으로 진행해 정부가 방침만 정하면 바로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디노미네이션의 변경에는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유럽연합도 1996년 유로화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해 2002년 1월 1일에야 실제 유로화를 시장에 유통시켰다.

우선 법부터 고쳐야 한다. 화폐 단위를 바꾸면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화폐의 이름도 바꿀 수밖에 없다. 따라서 1962년 화폐 개혁을 하면서 긴급통화조치법에 명시한 '원'이라는 화폐 단위를 삭제하고 새 단위를 넣어야 한다. 한은은 이를 한국은행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법 개정을 하려면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하다.

화폐 디자인도 고쳐야 한다. 한은은 이번 기회에 우리 돈의 종이 질은 물론 크기와 위조방지 장치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지폐를 잘 찢어지지 않는 재질로 바꾸고 크기는 국제 추세에 맞춰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첨단 위조방지 장치를 넣을 방침이다.

화폐 권종은 현행 3종에서 5~7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지폐 종류가 3종에 불과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이 과정에서 고액권도 발행될 전망이다.

한은은 화폐 안에 넣을 인물도 내부적으로 검토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화폐에는 너무 과거 인물 위주에 남성만 들어갔다"고 밝혀 여성이나 현대사의 인물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새 화폐를 유통시키는 데 필요한 각종 기계와 시스템 교체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유로화의 경우 나라마다 3~4개월씩 구 화폐와 같이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도 상당기간 구 화폐를 함께 쓰면서 단계적으로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화폐 교환기간도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폐를 자연스럽게 바꿔나가 부유층 등의 동요를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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