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가이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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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호 02면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 어린이가 외국 나들이를 갑니다. 장소는 뉴욕, 런던, 파리, 그리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프랑스어나 러시아어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도 서툽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도착한 어린이는 신이 나서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아빠, 여기 한글로 된 가이드가 있어요!”

EDITOR’S LETTER

지난 2일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2008년 2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2009년 6월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이은 대한항공의 세 번째 기업 메세나(문화지원) 사업 덕분입니다. PDA를 빌려 한국어로 된 문서파일과 음성파일로 주요 작품에 대한 해설을 보고 들을 수 있는데, 대영박물관이 220점, 에르미타주가 352점, 루브르가 600점입니다. 동아시아 언어 중 세계 3대 박물관에서 모두 자국어 안내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한국어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루브르박물관에는 중국어 서비스가 없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일본어와 중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제교류재단은 이보다 앞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6만 달러를 지원, 2007년 12월부터 한국어 오디어 서비스를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세계 4대 도시의 주요 박물관에서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죠.

이번주에 나온 신간 중에 눈에 띄는 책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들』(에리카 랭뮈르 지음·김진실 옮김·사회평론, 사진)입니다. 대영박물관, 테이트 모던과 함께 영국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만든 공식 가이드북의 한국어판입니다. 2000여 점의 소장품 중 주요 작품 200여 점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는 352쪽의 실한 책자인데, 내셔널 갤러리 서점에도 비치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국어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서비스도 늘어나겠죠.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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