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선두 "부끄럽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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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홈런왕 후보가 한 달에 고작 홈런 한 개.

프로야구 올 시즌 홈런왕을 다투고 있는 현대 브룸바와 SK 박경완(이상 31개)의 방망이가 느슨해졌다. 브룸바는 8월 1일 시즌 30호를 날린 뒤 한 달 이상 홈런 소식이 없다가 9월 3일에야 31호를 기록했다. 그리고 또 15일까지 홈런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박경완도 약속이나 한 듯 8월 26일에 30호, 9월 5일에 31호를 터뜨렸을 뿐이다. 두 선수 모두 7월까지 29개의 홈런을 날렸으나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2개씩밖에 기록하지 못해 홈런왕 후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위 이호준(SK)이 홈런 27개에 그쳐 아직 4개의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상대 투수들의 심한 견제로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 좋은 공을 주지 않으니 홈런을 때리기 힘들다"고 했다. 올해 페넌트 레이스는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나 SK를 상대하는 팀들은 브룸바나 박경완과 정면승부를 펼칠 이유가 없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브룸바는 홈런을 치기 위해 달려들다가 투수의 유인구에 말려드는 경향이 있다. 박경완은 허리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자주 타석에서 빠지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힘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117경기에 출전한 브룸바는 527타석에 나섰으나 박경완은 두 경기가 많은 119경기에 출전했음에도 469타석에 불과했다. 외야수인 브룸바는 꾸준히 기용되지만 포수인 박경완은 체력 안배를 위해 초반 승부가 나면 후반에 빠진 탓이다.

올 시즌 홈런왕 레이스는 처음부터 두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어 갔다. 시즌 초반에는 박경완이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으나 5월부터 브룸바가 따라잡았고 박경완은 7월에만 9개의 홈런으로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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