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또 대규모 감원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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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은행권에 감원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업무 전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잉여인력이 늘고 있는데다 금융구조조정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감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거세지는 감원바람〓은행들은 '세대교체' 명분을 내세워 주로 부.차장급 이상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이하 명퇴)을 유도하고 있다.

우선 제일은행이 오는 24일 총 2백26명을 명퇴시킬 예정이다. 이 은행은 1945년생 이상 직원에 대해선 이번에 명퇴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심각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국민은행은 경영진과 노조가 이달말 대규모 명퇴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은행의 이재천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제일은행 수준의 명퇴금 지급안(30개월치 월급)을 수용할 경우 1천여명이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위탁경영이 확정된 서울은행은 연내 약 1천명의 임직원을 줄일 방침이다. 광주은행은 전체 임직원수의 약 10%에 달하?1백5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H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내에 1천명 정도 여유인력을 줄일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고 밝혔다.

또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타의에 의한 통폐합을 피하려는 지방은행들도 감원을 추진 중이다.

◇ 예상되는 감원규모〓은행권에서는 은행 통폐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국내 은행들이 수익구조 개선 차원에서 올해 최소 1만명 이상의 여유인력을 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은행업계 종사자 수(12만명)의 10%에 육박하는 규모.

이번에 명퇴신청을 받은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컨설팅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사로부터 현재 4천8백33명에 달하는 임직원 수를 올 연말까지 3천7백30명으로 줄이라는 권유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대주주인 골드먼삭스측이 수천명의 인력감축을 권유했다고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감원 규모의 최대 변수는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 제2차 금융구조조정이다. 정부 의도대로 대형 시중은행간 합병이 이뤄질 경우 감원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임봉수.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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