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리포 저 '인류의 해저 대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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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인류는 지구의 2/3 가량을 덮고 있는 바다 밑의 세계를 향해서는 어떤 도전을 해왔을까.

프랑스 해군 장교 출신으로 1973년과 85년 두 차례의 해저 탐사를 지휘한 클로드 리포가 쓴 '인류의 해저 대모험' (이인철 옮김.수수꽃다리.1만5천원)은 인간의 해저 탐험 역사를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서 핵잠수함 시대까지' 라는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바다 연구가 처음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바다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좌절의 모험사를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호기심이 인간을 처음 물로 이끌었듯이 이 책의 출발도 저자의 호기심에서 비롯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려 했을까' , 그리고 '어떻게 들어갔을까' 하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을 뛰어넘어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무슨 도구를 이용해 그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밝히려는 의도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예가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잠수 이야기다.

기원전 325?인도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페르시아만에 군영을 치고 있던 알렉산더는 배에다 밧줄을 매단 '유리통' 안에 들어가 '바다 밑바닥' 까지 내려갔다.

저자는 알렉산더의 잠수가 사실인 것은 분명하지만 유리통은 상상이라고 본다.

이 시기는 나무통 위에다 방수 목적으로 송진을 칠한 암소가죽을 붙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탐험목적이 호기심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고대의 잠수 동기는 대부분 전쟁이나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서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인이 직접 잠수하는 대신 바닷속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지중해의 바닷속 생물을 2백종 이상 묘사해 놓았다.

또 그보다 4세기 뒤의 플리니우스는 잠수부가 상어에게 먹히지 않는 방법을 적어 놓았다.

놀라운 것은 이 기록이 '상어 앞에서는 도망가지 말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는 등 불과 30여년 전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맨몸 잠수' 를 예로 들며 고대의 잠수 목적에 양식 채취를 포함시켰다.

또 2천여년 전부터 이 지역 잠수를 여자들이 독점한 까닭도 분석하고 있다.

잠수부의 가장 무서운 적은 추위다. 여자는 피하지방층이 균형있게 발달해있어 잠수에 특히 유리했다는 해설이다.

실용적 목적으로만 잠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플루타르크가 남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간의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낚시실력을 조롱하자 안토니우스는 꾀를 낸다.

물 속에 부하를 대기시켜 자신의 낚시 바늘에 물고기를 걸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는 곧 술책을 알아채고 다른 신하를 시켜 마른 생선을 끼우도록 해 망신을 주었다.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까지 수중탐험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잠수장비의 발달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재미다.

'모나리자' 의 화가이자 천재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잠수기술 개발에도 노력했다.

그는 메모장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에 가죽옷과 안경이 부착된 가죽 두건 등 잠수를 위한 도구를 그리는 등 실증적인 잠수방법 연구에 몰두했다.

본격적인 잠수정과 잠수복은 17세기 이후에 개발됐다.

인류는 기술진보와 함께 끊임없이 바다 정복을 꿈꿔왔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얼 찾을지 모르면서 너무 서둘러 길을 떠났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70년 접어들어 상황이 바뀐다. 석유라는 뚜렷한 목적을 찾아 바다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따라 우주개척 시대에 지구상에 남아있는 '인류의 마지막 프런티어' 가 끝내 정복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겠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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