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박진 의원에 돈 줬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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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 대한 선고 전 마지막 재판이 열렸다. 재판 시작 전, 호텔 만찬장에서 볼 수 있는 흰 천이 덮인 의자가 법정에 들어왔다. 박 전 회장이 박 의원에게 돈을 준 곳으로 지목한 장소가 지난해 3월 신라호텔 만찬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당시의 상황을 재연해 돈 봉투가 들어 있었다는 박 전 회장 양복 상의의 형태를 재판부가 직접 관찰하기 위해 열렸다.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봤을 때, 박 전 회장 양복 안주머니에 미리 준비한 돈봉투가 들어 있는지에 대해 검찰과 박 의원 측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100달러 지폐 200장이 든 봉투를 준비했다. 박 전 회장의 대역을 맡을 검찰 직원도 함께 나왔다. 박 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지난해에 비해 몸무게가 7㎏ 늘어 상황 재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직원이 박 전 회장의 양복을 대신 입고 돈봉투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겉으로는 돈봉투가 들어 있는지 여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박 의원 측 박해성 변호사가 “박 전 회장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일어섰다. 그러면서 직접 자신의 안주머니에 돈봉투를 넣었다. 박 변호사는 “두꺼운 봉투가 들어가면 이렇게 옷깃이 몸 앞으로 열리게 돼 있다”며 “미리 돈봉투를 준비했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래 늘어지는 옷을 입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뜻하지 않은 ‘옷 논쟁’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재연 사진을 찍어 지난해 박 전 회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비교했다. 재판장인 홍승면 부장판사와 검찰, 변호사는 대형 스크린에 비친 사진을 넘기면서 일일이 관찰했다. 하지만 재판부도 사진으로는 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에 검찰은 대검찰청 영상분석실의 감정 자료를 제출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검찰 직원이 분석한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은 24일 열린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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