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홈' 입주 장애인들 자활능력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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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주공4차아파트 4백17동 307호. 4명의 여성 정신지체장애인과 이들을 돌보는 보호교사 1명 등 5명이 살고 있는 이집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3명은 직장에 1명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들은 몸이 불편한 터라 정상적인 출근과 등교를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이 각자의 가정을 떠나 모여 사는 그룹 홈. 이들이 한집에 모인 것은 지난해 3월15일.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들의 자활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이다. 이들에겐 정부에서 최소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처음 이들이 한가족으로 모였을 때만해도 어려움이 많았다.

각자의 가정에서 보호만 받아온터라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성격도 다소 차이가 있어 식구간 융화에도 문제가 있었다.

가정을 처음 떠난 이들이 밤마다 자신의 집을 생각하고 잠을 뒤척이는 것은 예사였다. 그러나 하나하나 일을 배우고 적응해가면서 활기를 찾았다. 밥 짓기, 청소하기 등 집안일을 하나씩 배워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기 시작했다. 달걀부침 등의 간단한 요리도 배웠다.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버스를 타고 직장과 학교를 오고 가는 연습도 했다.

일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얻은 식구들은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기, 중국집에서 자장면 사먹기 등 일상 생활도 익혔으며 최근에는 과일깎기도 익혔다.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박현진(25)씨, DDR을 잘하는 김난영(19)양, 숫자 퍼즐 맞추기를 잘 하는 이은영(25)씨, 트롯트를 잘 부르는 정희경(29)씨 등 4명의 식구들은 모여 산지 1년이 지난 지금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더 이상 이 집을 남의 집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1달에 두번 자신들의 집에 가지만 이 집에 빨리 오고 싶어한다.

인사를 잘 하는 등 이들의 예의바른 행동에 이웃들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같은 통로 이웃이 식사 초대도 하고 있으며 입주 1주년이던 지난달 15일에는 종이로 직접 만든 꽃바구니 선물도 받았다.

이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교사 최근식(崔根植.42)씨는 "처음 이들이 모였을 때 각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며 "그룹 홈 제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관심. 지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남성 정신지체장애인들이 2~3년 단기간 모여 살면서 취업할 수 있는 교육목적의 그룹 홈도 올해안에 만들 계획이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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