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짜리 순수혈통 진돗개 '꿀꺽'

중앙일보

입력

남의 진돗개를 몰래 잡아먹은 50대 남성 등 3명이 자칫 개 주인에게 수천만원을 물어줘야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렌터카업체 임원으로 일하는 이모(62)씨는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진돗개 '찬미'를 묶어두었던 회사 주차장 한 편에 핏자국만 남긴채 개가 사라진 것을 알고 기겁했다.

애지중지 길러오던 순수혈통의 두살짜리 암컷 진돗개를 교배시키려고 주차장에 내놓았는데 개는 간데없고 핏자국과 쇠파이프가 발견된 것.

이씨는 주차관리원 김씨가 당일 아침 전화를 걸어 "개에 된장을 바르자"고 제안한 것을 떠올리고 놀란 가슴을 달래며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진상을 안 주인 이씨는 김씨 등의 행적을 알고 또 한번 놀랐다.

김씨는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개를 쇠파이프로 때려 죽인 뒤 차에 싣고 부근 계곡으로 가 보신탕을 끓여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먹다가 남은 고기는 회사 부근 포장마차 대형 냉장고에 '보관'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잡아먹은 개가 진돗개인 줄을 알면서도 개 한마리가 비싸봤자 얼마나 하겠느냐며 먹었지만 개는 그야말로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족보있는 개'였다.

주인 이씨는 "찬미는 5대에 걸쳐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최상급 진돗개"라며 "조서에는 1천만원 정도라고 적었는데 협회에 알아보니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했다"며 푸념했다.

한국진돗개협회 이철용 회장도 "혈통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암컷이고 최고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2년생이라서 7천 ̄8천만원도 넘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13일 이들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영장은 기각됐고 이들은 하루만에 풀려났다.

주인 이씨는 "순종 진돗개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민사소송을 걸어 개 값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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