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청약시장, 중소형 아파트만 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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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연말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중소형 아파트(전용 85㎡ 이하)의 쏠림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가을 청약 열기를 타고 중대형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크기가 작은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로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분양 단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가격 부담이 작은 단지에만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서 2일 1순위 접수한 래미안·e편한세상은 605가구 모집에 2003명이 청약했지만 전용 59~84㎡에만 청약자들이 몰렸다. 중대형은 대부분 1순위에서 미달됐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프레미어스엠코도 2일 1순위에서 중소형은 모두 마감됐으나 전용 101~190㎡의 중대형 8개 주택형은 미달됐다.

모두 전용 103㎡ 이상 중대형으로 이뤄진 서울 마포 펜트라하우스는 같은 날 1순위 접수에서 대부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아파트 마케팅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이사는 “주택시장 침체로 기존 주택을 팔기가 어려워진 데다 대출금리가 오르자 수요자들이 중대형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접근성이 결과를 가름한다. 서울에서 비교적 멀다고 여겨지는 경기도 파주나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영종지구가 고전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내놓은 원당e편한세상은 6개 주택형이 모두 1순위에서 미달됐다. 같은 날 한라건설이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내놓은 단지 역시 주택 크기에 관계없이 대부분 미달됐다.

분양컨설팅 업체인 한아름기획 강주택 사장은 “내년 2월로 다가온 양도세 감면 혜택 만료를 앞두고 업체들이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어 당분간 청약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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