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궁 예비부부 사진촬영에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덕수궁에는 예비부부 10여쌍이 나와 결혼 기념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검은 예복 차림의 신랑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이 어김없이 찾는 곳은 배경이 좋기로 손꼽히는 궁중 유물전시관 앞. 하지만 근처 단풍나무 가지 사이로 목을 내놓고 사진을 찍어댄 탓에 가지가 부러져 있고 나무껍질도 반질거릴 정도다.

또 이들은 '잔디 사랑' , '잔디 보호' 라는 표지판을 무시한채 거의 예외없이 잔디밭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웨딩드레스 숍 직원 5~6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촬영에 20~30분 정도 걸리다 보니 잔디가 아예 없어져 맨땅만 남은 곳도 있다.

봄철 결혼시즌을 맞아 덕수궁 등 서울시내 고궁들은 하루 평균 3백여명의 예비부부.동행인이 찾는 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역시 배경좋기로 소문나 예비부부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 향원정. 화장실 옆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예비부부들이 예복을 한복으로 갈아 입을 수 있는 천막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기를 참지 못한 예비부부들이 화장실이나 건물 계단 밑에서 옷을 갈아 입는 바람에 관람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또 소풍나온 유치원.초등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어깨와 등의 절반이 보이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무 밑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관리사무소 金모(45)씨는 "예비부부와 사진사들이 일반 관람객들이 보기 민망한 장면 연출은 삼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창경궁을 찾은 최숙자(崔淑子.45.여)씨는 "통행에 방해를 줄 정도로 요란스럽게 사진을 찍어야만 하냐" 며 불만을 털어놨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