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연구발표 뻥튀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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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바이오 관련 벤처회사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인체게놈사업의 발표를 앞두고 급등했던 주가가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

과연 바이오벤처가 정보통신주에 이어 증시를 부양할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우선 주가가 춤추는 배경에는 바이오벤처가 발표한 내용의 진위가 한몫을 하고 있다.

그 사례는 미국 나스닥의 대표적인 바이오벤처 셀레라 제노믹스사.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지난 6일 인체게놈사업을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주당 1백41달러로 이틀만에 두배로 급등했다.

그러나 미 국립보건원은 11일 셀레라사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30억쌍의 염기서열을 제대로 밝히려면 최소 10회 이상 염기서열 분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셀레라는 3회만 실시한 채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것.

국내 바이오벤처의 맏형격인 마크로젠도 비슷한 사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일 3개월만에 한국인의 유전자 2만개(20%)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자료가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

마크로젠의 주가는 이날 이후 3일 연속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치솟았다.

대덕 생명공학연구소 인간유전체사업단장 유향숙 박사는 "마크로젠의 연구결과는 유전자 조각의 부분해독에 불과하므로 이를 완전 해독으로 볼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비행기를 인체에 비유할 때 나사는 수백만개인 반면 블랙박스는 오직 한개이므로 부분해독시 나사는 포함되지만 정작 핵심적 역할을 하는 블랙박스는 누락될 확률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마크로젠 서정선(서울대의대 교수)대표는 "마크로젠이 밝힌 염기서열은 실제 인체를 구성하는 핵심 유전자" 라며 "완전해독 못지 않게 의미있는 개가" 라고 설명했다.

수익모델을 찾아낼 수 있는가도 논쟁거리 중 하나. 유전자 해독에 필수적인 염색체 자동분석기의 1년 운영비만 50만달러가 넘는다.

셀레라사가 3백대를 보유 중이며 마크로젠도 현재 3대에서 20대로 늘릴 계획이므로 이 경우 운영비만 연간 1천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마크로젠은 한국인을 비롯한 몽골인종의 유전자분석이란 틈새시장론을 제시했다.

서구인과 다른 몽골인종 특유의 0.1% 차이만 확보해도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 질병진단용 DNA칩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묻지마 투자. 주당 18만원에 9천주를 샀다는 투자자로부터 '마크로젠이 무엇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지만 교수님을 믿고 샀다' 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생명공학은 반도체에 이어 우리를 먹여살릴 차세대 주력산업" 이라며 "다소 거품이 있다고는 하지만 노력하면 외국의 기술을 쫓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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