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경영 현장 경험 살려 강단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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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자수업체인 ㈜부천산업의 이시원(李時源.55)사장은 지난 4일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 패션섬유예술학과 겸임교수란 직함을 받았다.

한성대는 2년전부터 3학점 짜리 '산업자수 디자인' 과목을 맡아온 李사장의 강의가 충실한데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경험을 늘렸다는 평가를 내려 '교수' 자리를 주기로 한 것.

李사장은 자신이 해외 박람회 참관으로 얻은 최신 디자인 정보를 알려주고 강의 틈틈이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를 자신의 공장에서 직접 제품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 33년동안 만든 자수제품 중 잘 팔린 제품과 안 팔린 제품을 비교하는 강의도 한다.

최근 중소.벤처 기업 사장들이 대학 강단에 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벤처.디자인.브랜드 등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대학들이 이들을 강사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61)사장은 지난 12일 한양대 경제학부의 2학점 짜리 교양과목으로 '21세기 벤처기업과 경영' 이란 강의를 맡는 겸임교수로 발령받았다.

서울 시내 4개 대학으로부터 겸임교수 제의가 왔지만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완곡하게 거절해왔다.

인하대학교에서 지난해부터 개설한 3학점 짜리 교양선택 과목 '벤처기업론' 은 벤처 붐을 타고 학생들 사이에 인기다.

수강 신청이 밀려 4백여명의 학생이 듣는다.

비트컴퓨터 조현정(趙顯定.43)사장과 한글과컴퓨터 전하진(田夏鎭.42)사장이 번갈아 이 강의를 맡는 겸임 부교수다.

벤처기업론 강의 시간에는 趙.田사장 이외에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보조 강사로 나와 현장경영 이야기도 들려준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옴니브랜드의 김성제(金成濟.53)사장은 지난달 서울대로부터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서울대는 별도의 연구실을 배정하고 그를 브랜드 전략 담당 초빙교수로 영입했다.

金사장이 미국의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의 한국법인 사장으로 활약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데다 브랜드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온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연세대 초청교수와 경희대학교 브랜딩 전공 주임교수직도 겸하고 있다.

정밀기계 부품업체인 삼익공업 심갑보(沈甲輔.64)부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의 겸임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국무총리실 정책평가 위원 등으로 활약하면서 지켜본 정치권과 행정부의 줄다리기가 그의 강의 노트다.

그는 올 봄학기부터 '헌법에 삼권분립이 규정된 것처럼 권력.명예.재력이 공존할 수 없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선다' 는 내용의 살아있는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박상희(朴相熙.48)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지난 1년동안 건국대 야간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 활약했다.

인하대학교 진인주(陳仁柱)교무처장은 "일반 전임교수의 최대 약점인 현장경험을 겸임교수들이 보완하고 있다" 며 "기존 학문체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에 겸임교수가 특히 필요하다" 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인 겸임교수에 대한 처우는 대학마다 다르지만 시간강사보다 두배의 강의료를 받고 교원 자격도 얻어 항공권 할인 등 혜택을 받는다.

공동 연구실을 사용하고 교내복지 시설도 전임교수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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