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시 중장기 안정책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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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하루 동안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주가폭락은 거시경제 전반은 물론 총선 이후 본격 추진해야 할 금융.기업 구조조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 시장을 부양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만큼 일단 투자자들의 심리안정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장발전 방안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에 대해선 시장안정을 위한 책임감을 발휘해 주식매도를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기관들은 정부의 주문이라도 받은 듯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시장을 떠받치느라 안간힘을 썼다.

◇ 심리안정책〓이헌재(李憲宰)재경부 장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 경제상황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먼저 미국은 10년째 장기 호황을 지속, 인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위기에서 벗어나 경기상승에 시동을 걸고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李장관은 미국의 경우 월간 물가상승률이 0.7%에 달했지만, 우리는 이달들어 15일까지 -0.4%를 기록할 정도로 물가가 매우 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올들어 본원통화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면서 당분간 통화환수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 기관투자가 독려〓정부는 기관투자가들에 대해선 시장안정을 위한 책임론을 내세워 주식매수를 유도하고 있다.

李장관은 "외환위기 직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회수에 나선 결과 금융시장은 붕괴되고 기업들은 연쇄 도산했는데, 그 피해는 결국 은행들에 되돌아 왔다" 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대우사태 이후 금융대란설 때 정부 정책에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잘 협조해 위험을 무난히 넘겼던 경험을 되살려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투신사 등을 인위적으로 동원한 증시대책의 실패경험을 의식했음인지 "기관투자가들에 개별적으로 주식매수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 중장기 시장안정 대책〓시장의 수요기반을 확충해 나가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는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종구(李鍾九)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코스닥시장의 과다한 증자를 제한하는 등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뮤추얼펀드의 설정이나 투신.증권사들의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주식 장기 보유자들에게 공모주청약때 우대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투신사 펀드에서 부실채권.주식을 털어내 조속히 '클린' 화하고, 5년 이상 장기채권을 편입한 펀드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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