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채권 '찬밥대우' 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북한 채권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홍콩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없으며 가격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에는 남북한 관계 개선이란 호재가 터질 때마다 북한 채권 가격이 크게 올랐었다.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위험도가 높은 채권의 거래가 끊겼으며▶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매입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흥시장에 대한 채권 투자가 붐을 이뤘는데, 요즘은 북한보다 신용도가 높은 인도네시아 정부 채권도 제대로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

90년대 중.후반 북한 채권을 활발하게 중개한 프랑스 BNP파리바은행 홍콩법인의 최종윤 이사는 "요즘 북한 채권의 '팔자' 가격은 8~10%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백달러짜리 채권을 8~10달러에 팔겠다는 채권 중개인들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

홍콩의 투자전문법인 마크 파버사의 마크 파버 사장도 "상당 기간 북한 채권을 거래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김승환 노무라(野村)증권 홍콩법인 이사도 "홍콩 시장에서 최근 북한 채권이 거래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고 언급했다.

LG상사 이종근 북한팀장도 "90년대 중반 국내 기업들도 북한 채권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고 말했다.

94년 10월 북한.미국간 핵협상 타결과 그해 11월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조치 발표 당시 북한 채권의 가격은 20% 수준에서 28%로 높아졌다.

96년 4월 4자회담 제의 당시에도 19% 수준에서 24%, 97년 4월 4자회담 성사 가능성과 함께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기미가 보일 무렵에도 20% 수준에서 32%까지 가격이 뛰었었다.

◇ 북한 채권〓70년대 호주 ANZ그린레이즈은행과 독일 모건그렌펠은행 등 70여 서방은행들이 북한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상환받지 못한 채권을 유동화해 국제 금융시장에 내놓은 것.

북한 명의의 채권 증서를 직접 내놓은 것도 있고 서방 은행이 이를 가공해 스위스 프랑화나 독일 마르크화로 판매하는 것도 있다.

93년께부터 거래가 시작됐으며 유통 규모는 약 8억5천만달러(액면가 기준)로 추정된다.

김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