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회고전, 비형상 넘어 새 형상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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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김병기 화백은 올해 여든 넷. 고령에도 사람을 대하거나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정정한 자세를 전혀 잃지 않는 품이 인상적이다.

미술계에서 꼽히는 그의 벗이 고 수화(樹話)김환기와 유영국인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다.

서울대 미대 교수.서울예고 미술과장.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 미술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국내에는 여태껏 '미지의 인물' 에 가까웠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로 출국했다가 귀국하지 않은 채 프랑스.미국 등지를 떠돌며 야인 생활을 자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미국 뉴저지주에서 산다.

오는 20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회고전을 여는 그는 "예술은 항상 어떤 것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며 "회고전 역시 내 그림 인생의 결산이라기 보다 지금 이 순간 내 가슴 속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집약된 것으로 봐달라" 고 주문한다.

60년대부터 최근 그린 신작까지 80여점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은 추상이지만 최근에 접어들수록 완전추상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최소화하긴 했지만 자연의 이미지 속에 생기넘치는 붓질과 화려하면서 정감있는 색채를 구사하고 있다.

작가는 "비형상을 넘은 새로운 형상을 추구한다" 고 설명한다.

설치.미디어 등 첨단을 외치는 최근 경향 속에서 기본을 음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듯 싶다.

5월 14일까지. 02-3216-1020.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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