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감시단 체험기] "편파 따질때 곤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운동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왜 우리만 감시하느냐' 고 삿대질할 땐 정말 난감했습니다. "

서울 성북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부정감시단장으로 일한 윤광진(尹光鎭.65)씨는 선거감시 도중 겪었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에 첫 도입된 선거부정감시단은 일선 선관위 단위로 구성됐다. 감시단원은 유급 민간 봉사요원들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상명여중 교장에서 정년 퇴임한 尹씨는 "바쁜 교직 생활 때문에 좀처럼 사회봉사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 이번 일을 맡게 됐다" 고 한다.

尹씨는 지난 16일의 선거운동기간 중 매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보문동 성북구청 5층 대강당에 설치된 선거부정감시단 사무실로 출근, 감시단원 50명과 하루 일정을 꼼꼼히 챙긴 뒤 현장에서 감시활동을 벌였다.

감시단원들은 후보를 쫓아 사우나탕까지 쫓아갔다. 오전 3시까지 불법 선거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큰 지구당사무실 앞을 지키기도 했다.

尹씨는 "감시단은 부정선거 사례를 찾아내기보다 사전 감시활동을 통해 탈법.불법행위를 미리 막는 기구" 라며 "후보사무실측이 유권자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다가도 감시반이 나타나면 깜짝 놀라곤 했다" 고 소개했다.

어려운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상대 후보측이 식당에서 주민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있다' '선심관광을 시켜주고 있다' 는 등 각종 제보전화가 잇따라 현장에 출동하면 "친목모임인데 왜 시비냐" "왜 특정후보 편을 드느냐" 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단원 50명이 각각 17만여 명의 유권자가 있는 성북 갑.을의 두 선거구를 제대로 지켜보기란 역부족이었다. 차량도 고작해야 2대가 지원돼 후보들을 놓친 적도 많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후보측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 尹씨는 "여성 감시단원들이 절반이 넘어 신변에 위험한 일이 발생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선거부정감시단 운영에 70억원이 쓰이는 데 단속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 , "일당 4만원을 받는 단원들이 감시는 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다" 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 고생하는 단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선거일 수개월 전에 단원을 모집해 충분히 교육하고 조금만 더 지원을 하면 감시 효과가 배가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