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정치신인' 원주 이창복 당선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30여년간 진보적인 재야 운동권의 외길을 걸어온 60대 정치신인 이창복(원주.민주당.61)후보의 16대 총선 당선이 화제다.

정치에 입문한지 8개월밖에 안됐는 데도 3선의 한나라당 중진 함종한 후보를 막판 뒤집기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그의 정치 경력이 일천, 선거기간 내내 경합지역으로 조차 분류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李당선자는 개표가 시작된 뒤 줄곧 咸후보에 1천여표차로 뒤져 끝내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14일 새벽 1시께 1백표차로 처음 앞서기 시작, 결국 1천3백45표차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쟁 후보가 총선연대의 낙선대상에 올라 집중적으로 견제를 받은 것도 당선의 발판이 됐다. 그의 극적인 당선 만큼이나 깨끗한 선거운동 실험도 관심을 끌었다.

李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매일 선거비용을 공개했다.

이 기간 동안 쓴 돈은 법정비용(1억3천9백원)에도 못미치는 1억1천만원만.

그는 ▶선관위의 발표에 앞서 납세.재산.병역 현황을 공개하고▶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비방을 삼간 채 정치적 소신으로 승부를 거는 모험(?)을 했다.

한 측근은 선거기간 중 李후보에게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오니 우리도 다른 후보의 문제점을 들춰내자고 건의했다가 혼쭐이 났다" 고 전했다.

그는 "돈이 없고 인지도가 낮아 고생했지만 원주시민들이 깨끗한 선거운동을 지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고 소감을 밝혔다.

李당선자는 30여년간 노동운동과 민주화.통일운동을 해왔으며, 1987년 대선 당시 '평민당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입장을 밝힌 게 계기가 돼 DJ의 동반자로 활동해왔다.

1998년에는 우리영화지키기 시민사회단체 공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원주〓고현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