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설치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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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서로의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다.

연락사무소는 일종의 상설 재외공관이다. 국가관계가 아닌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식 외교관계 이전의 공관 형태인 연락사무소를 선택한 것.

그 설치방안은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방안. 다른 하나는 지금의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기능을 복원, 외교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외교전문가들은 "연락사무소 개설은 남북한이 국제 외교관례상으로 볼 때 서로 대등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미국과 1994년 10월 제네바 기본합의서에서 '쌍방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한다' 고 합의했지만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서울.평양 연락사무소〓서울과 평양 연락사무소. 그리고 그 건물 위에 펄럭이는 인공(人共)기와 태극기 - .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화끈하게 풀리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전개될 상황이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주는 강렬한 인상과 충격은 평양과 서울주민들에게 대단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서울-평양 연락사무소는 남북한이 과거의 앙금을 말끔히 털어내고, 기본합의서의 이행을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특히 연락사무소는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해온 'DJ 3단계 통일론' 의 첫단계인 '남북연합' 진입을 위한 물꼬를 트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 들어가는 남측 인사들의 영사(領事)문제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북투자사무소 등이 진출하기 전까지는 경제협력 업무도 맡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남북한이 법적.제도적 통일에 앞서 자유로운 왕래와 교역.교류단계로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게 통일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 31번째 공관 되나〓평양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북한에 진출하는 31번째 공관이 된다.

현재 평양에는 ▶대사관 23개▶대표부 1개▶총영사관 2개 등 모두 30개 공관이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연락사무소와 성격이 가장 유사한 대표부는 독일이 96년 3월 '독일연방공화국 이권 보호사무소' 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것.

평양 연락사무소 부지는 대동강변 문수거리의 외교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前)북한 외교관 H씨의 말이다. 30개의 공관 건물이 몰려 있어 일반주민들과의 접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사무소는 북한측의 요구를 들어봐야겠지만 보안문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이 분명해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 판문점 연락사무소 복원.격상〓판문점 연락사무소는 6공 당시인 92년 5월에 설치했다. 당시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공동경비구역(JSA)내 평화의집(남측)과 통일각(북측)에 사무실을 두고 2개 회선의 전화를 연결하는 그야말로 '연락'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나마 북한은 96년 강릉잠수함 사건 이후 그해 11월 20일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북한측이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설치에 난색을 표시할 경우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되살려 기능을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종 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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