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국가보완(補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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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뒤마의 소설에 등장하는
삼총사들이 외친 말이다.
이 소설이 나온 19세기
낭만적 우정의 맹세문이었다.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다."

'김일성'헌법으로 불리는
북한 사회주의헌법의 제63조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All for one, and one for all."
같은 뜻의 이 문장이
'자유대한'에선
한 금융회사 현금인출기에서
광고 카피로도 흐른다.
교회의 구호,
초등학교 급훈으로도 쓰인다.

그렇구나, 똑같은 말이라도
삼총사가 하면 낭만적
북한이 하면 주체사상적,
광고에 나오면 상업적…
때론 종교적이고
교육적이기도 하고.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누가 말했는가'만 따지는
요지경 세상이기 때문인가.

게다가 지금은
단 한마디의 말로
사람을 규정하는 세상.

"친일진상규명법 문제 있다."
이렇게 말하면 친일파?
"국가보안법 문제 많다."
이렇게 떠들면 빨갱이?

모두들 편 갈라 싸우는 통에
이 나라의 미래를 점칠
산통(算筒)이
깨지고 있지나 않은지.

*역사를 보는 시각과 이념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관심 있는 소수와 관심 없는 다수의 분열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가보완(補完)법이 필요한 시대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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