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쓴 자녀유학일기] 주부 김옥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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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딸아이는 올해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있는 ANU(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 입학했다. 전공은 생명과학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때 큰아버지 댁이 있는 호주에 다녀왔다. 당시 이민자 친구를 큰어머니 소개로 알게 됐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면서 그 친구와 영어 펜팔을 했다. 그 과정에서 유학을 꿈꾸게 됐다. 고교에 입학하자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과외비의 액수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교육환경도 너무나 열악했다. 결국 아이의 유학 희망을 들어주기로 했다.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유학박람회에서 선택한 가톨릭 계통의 학교가 있는 멜버른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명문이라는 MLC(Methodist Ladies College)로 전학을 갔다. 컴퓨터 시설이 완벽해 모든 수업을 각자의 노트북으로 했다. 인터넷 사용도 무제한으로 어떤 과제물도 다 할 수 있다.

심지어 교내에 컴퓨터 수리실까지 마련돼 있었다. 기숙사에는 각국의 학생들이 몰려와 다인종 사회를 이뤘지만 그들과 잘 어울리면서 적응해 나갔다.

고3(12학년)이 되면 이 곳도 대학을 가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출입구.화장실까지도 차별화해 배려해 주는 등 면학 분위기도 좋았다.

우리 교육에 한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국가가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공립은 그냥 두고라도 뜻있고 능력있는 사립학교에 맡겼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공.사립을 선택하면 만만찮은 사교육비를 올바른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되고 교육이 정상화되는데도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의에 의해 배정받아 학교가 결정되다보니 자신이 다니는 학교와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없어 보인다.

온갖 어려움.외로움을 참으며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는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것 같지만 엄마 입장에선 점차 남이돼가는 것 같이 서운함도 든다. 방학 때 귀국했다가 돌아갈 때면 자식을 이국에 보낸 아픔이 가슴을 파고든다.

김옥연(49.주부.서울시강남구개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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