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 관권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8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일선 학교 운영위원회에 교육청 직원들이 대거 참여, 현 유인종(劉仁鍾)교육감의 재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시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위원으로 간부급인 지역 교육청의 L교육장, 본청 L국장.K과장.Y계장.K장학관,K.G장학사, 지역 교육청 P과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간부급이 아닌 교육청 직원도 상당수가 최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은 시.도 교육감 선거에 전원 선거인단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상당수 직원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지원했으며 본청의 K과장처럼 지역위원 선거에 나섰다가 탈락한 사례도 많다" 고 말했다.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 관련 단체들은 "공무원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부하 직원이 기관장을 선출하는 셈"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재석(金載錫.47)부지부장은 "교사와 학부모.지역 인사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할 학교운영위원회에 선거를 의식한 교육감 측근이 대거 진출함으로써 본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인 L교육장은 "학교장이 간곡히 요청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했을 뿐 교육감 선거와는 무관하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감 선거인단으로 참여토록 지방교육자치법이 개정되자 시.도에서 선출 방법을 놓고 소송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으며,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청 직원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배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시 민경현(閔庚賢)교육위원은 "일선 학교장들이 교육감에게 과잉 충성하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며 "학교 자치를 하겠다며 학교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공무원들이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주장했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담당관실 이승원(李承遠)장학관은 "1996년 당시 교육부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정착을 위해 교육청 직원이 적극 참여하라' 는 공문을 보냈다" 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공문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4년 전의 것이어서 시 교육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고 지적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