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선거사령탑 24시간 밀착 취재] 7.끝 조순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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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오후 12시10분.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

민국당 조순(趙淳)대표는 이곳이 고향인 부인 김남희(金南熙)여사와 함께 산불 피해주민들이 몰려 있는 마을회관을 방문했다. 망연자실해하는 주민의 손을 부여잡으며 "용기를 잃지마시라" 고 위로했다.

전날 경남 지원유세를 마친 뒤 부산으로 이동, 롯데호텔에서 1박했던 趙대표는 날이 새자마자 중앙당에 일정변경을 통보한 뒤 산불현장을 찾았다. "당장의 선거보다 민생정치가 우선" 이라는 게 이유였다.

◇ "자원봉사 중" 〓오전 9시 강릉행 비행기안. 지역구.비례대표 모두 출마를 포기한 趙대표는 "자원봉사를 하고 다니는 중" 이라며 자신의 지원유세를 표현했다.

백의종군 배경에 대해 그는 "강릉은 오래 전부터 후배에게 물려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종로 출마도 '이 나이(72세)에 엄두가 나지 않더라' " 고 말했다.

자금 때문에 출마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돈다고 하자 "사실 여러 번의 선거를 치르느라 자식 돈까지 축냈다" 며 웃었다.

趙대표는 한나라당 공돛?내놓고 이회창 총재와 결별, 민국당 창당이란 험로(險路)를 택한 배경을 "정치는 신의다.

보스 한사람의 정치욕심만 앞세우는 당에 남고싶지 않았다" 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의 총선 후 행보에 대해선 "차차 롤(역할)을 찾아봐야지" 라며 창밖 구름만 응시했다.

◇ "정치안정은 의석 수와 무관" 〓오후 3시. 강릉지구당위원장인 심재엽(沈在曄)후보와 함께 거리유세에 나선 趙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산신령이란 별명을 얻게 된 흰 눈썹도 덩달아 꿈틀거렸다.

"한나라당이 의석수가 적어 야당역할을 제대로 못했습니까, 민주당이 1당이 못돼 정치안정을 못이뤘습니까. 정치안정은 의석수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사욕을 버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민국당은 1인보스정당이 아닙니다."

좀처럼 목이 쉬지 않는다는 趙대표지만 계속되는 강행군을 염려해 金여사가 살구씨 기름을 수행비서의 007가방에 넣어줬다고 한다.

趙대표는 "영남에서 '반DJ〓한나라당' 이란 등식을 깨기가 쉽지 않다" 며 "2주일만 더 남았다면 좋겠다" 는 말로 민국당의 비세(非勢)를 안타까워했다.

◇ '사자사야(士者仕也)' 〓강릉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차 안. 趙대표는 느닷없이 1995년 6.27지방선거 당시를 떠올리며 "정치를 시작한 지 꼭 5년이 됐는데 한 50년은 지난 것 같다" 고 했다.

정치 입문동기를 묻자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한 趙대표는 '士者仕也' 라고 썼다.

"옛 선비들은 자신의 지식을 백성들에게 봉사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미덕을 삼았다" 는 풀이였다.

민국당의 장래에 대해 趙대표는 "의석이 몇이 되든 지도부가 합심만 하면 총선 후 공간이 생길 것" 이라고 한 뒤 혼잣말로 "욕심을 버리는 정치가 어려워" 라고 말했다.

그의 정치 장래에 대해선 "인터넷시대에 젊은 사람들이 나서야지 노인시대는 아니다" 는 말로 답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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