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 준비 수험생들 골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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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학들이 수능 제2외국어 성적을 아예 반영하지 않거나 반영하는 모집단위를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교생에게 국제화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교육 당국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으며, 시험에 대비해 왔던 일선 고교와 수험생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

9일 2001학년 대입계획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 각 대학들에 따르면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활용하는 대학은 거의 없고 지방대도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반영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체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키로 했던 전국 33개 대학 가운데 고려대.단국대.아주대 등은 방침을 바꿔 인문계열 일부 모집단위에서만 반영키로 했다.

고려대는 인문.사회계열 일부 모집단위에서만, 아주대도 인문.사회과학부에서만 각각 반영키로 했으며 단국대도 서울캠퍼스 인문학부에서만 제2외국어 성적에 가산점(5%)을 주기로 했다.

공주대 등 지방국립대 6곳과 경동대 등 사립대 6곳, 서울교대 등 교육대 3곳은 전체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키로 했다가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1학년도 입시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은 당초 73개대에서 30개대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도 일부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거나 원점수 만점(40점)을 등급화해 0~5점 분포로 축소 반영할 방침이어서 고득점을 노리는 인문계 수험생이나 계열별 교차지원을 염두에 둔 자연계 수험생만 응시할 전망이다.

대학들의 제2외국어 성적 반영 축소 방침이 알려지자 서울 D고.부산 D고 등 상당수 학교는 주당 2시간의 제2외국어 보충수업을 1시간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기로 했다.

서울 D고 3학년 尹모(17)양은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돼 1점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엇갈리는데 제2외국어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어 고민" 이라며 "대학들이 빨리 전형요강을 확정해 혼선을 줄여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한편 전국 제2외국어 교사회는 지난달 말부터 제2외국어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대학들에 재고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계속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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