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총리 왜 쓰러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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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부치 총리는 최근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2일 새벽 입원하기 직전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자유당 당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공명당 대표와 당수회담을 갖고 오자와에게 연정 해소를 통보했다.

회담 직후 그는 기자의 질문에 10초 동안 뜸을 들였다.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옛 다케시타'(竹下)' 파벌을 함께 결성했던 오자와의 몽니를 받아주지 못하고 매정하게 거절한 게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최근 1주일은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내각의 21세기 과제로 제시한 교육개혁에 관한 자문기관의 회의 주재, 여야 당수토론, 주요국(G8)교육장관 회담, 개호(介護.곁에서 돌봄)보험 실시 현장방문…. 올해 예산심의를 위해 연일 국회에 출석해야 했던 피로가 채 가시기 전이다.

그런데다 오치 미치오(越智通雄)금융재생위원장의 업계 봐주기 발언에 따른 경질, 잇따른 경찰 불상사에 이어 당수토론에서도 "운이 나빴다" 고 실언해 오부치는 궁지에 몰렸다. 한때 50%를 훨씬 웃돌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곤두박질쳤다.

뇌경색의 원인을 그의 성격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은혜는 돌에 새기고 한(恨)은 물에 흘려보낸다" 는 말로 괴로움을 혼자 삭이는 내향적 성격이 병을 부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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