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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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의 무기한 중단을 거부하고 원심분리기 제조도 중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의 ISNA 통신이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측 대표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통신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IAEA 이사회에서 이란 측 대표인 호세인 무사비안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의 무기한 중단과 관련한 어떤 거래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사비안 대표는 또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의 "부품 제조 중단에 대해 이란은 어떠한 약속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IAEA는 이란 정부에 우라늄 농축활동의 중단을 명령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그는 "이란이 수개월 내에 다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확실한 재개 시점에 대해 이란 정부는 아직 구체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발언이 1년 전부터 중단해온 우라늄 농축을 이란이 재개할 것임을 뚜렷하게 시사해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IAEA 주재 전 이란 대사는 IAEA가 자국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최후통첩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결정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이란 외무부 자문관인 살레히 전 대사는 이날 이란 메흐르 통신과의 회견에서 "IAEA의 그 같은 시도는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을 추구하는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평화적인 핵기술 개발을 인정하는 1969년 제네바 협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실험을 중단치 않을 경우 이번 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한편 이란은 지난해 2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테헤란 방문을 허용하는 등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었다. 지난해 10월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받는 대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충실한 이행과 핵시설 사찰 허용 및 우라늄 농축실험 중단 등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올 들어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급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저항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대해 "최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가 권력을 강화하면서 핵무기 개발 요구와 반미 성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IAEA)=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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