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피난' 서울 변두리등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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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사철이 지났는데도 서울 변두리와 위성도시에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

지난 겨울철에 전셋값이 급등하자 서울 중심부에서 전세를 얻지 못한 세입자들이 이들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가 최근 3주일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 하남.안양.군포시 등이 2%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으며, 서울에서도 금천.구로구 등 외곽지역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지난해 11월~올 2월사이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는 0.68%, 송파구는 0.63% 오르는 데 그쳤다.

하남시 신장동 동일아파트 30평형의 경우 전셋값이 9천만원선인데 물건이 거의 없다.

한라공인중개사측은 "올초부터 전세 물건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전세를 구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서울에서 이사오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부근 30평형대 전셋값은 서울 천호.둔촌동 지역보다 1천만~2천만원이 싸다.

안양시 비산동 삼호아파트 32평형의 전셋값도 8천만~9천만원선으로 2월말보다 1천만원 정도 올랐는데 물건이 없다.

한일공인중개사측은 "기존 세입자들이 그대로 있어 빈 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서울.평촌 등지에서 이사오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군포 지역도 산본 신도시는 물론 당동.산본동 등에서 20~30평형대 전세를 찾기가 어렵다. 용인 수지읍은 32평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분당보다 2천만~3천만원 정도 싸 분당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비전공인중개사측은 "서울 강남과 분당 지역 세입자들이 많이 찾는데, 특히 25평형대는 업소마다 예약자가 줄을 서있다" 고 말했다.

서울에선 3월 들어 구로 지역의 전세난이 심각해졌다.

태영공인중개사측은 "지난해 말 7천만~8천만원이면 구했던 신도림 현대아파트 32평형의 전셋값이 2천만원 정도 올랐다" 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뒤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를 챙기자 새 아파트의 전세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이달말 입주할 구로동 동아아파트는 전체 8백여가구 가운데 전세 물건이 10%도 안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동안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노원.양천구와 분당.일산 신도시의 경우 전셋값은 다른 곳보다 비싸지만 전세를 찾는 이가 줄어들어 전세 병목현상이 풀리고 있다.

럭키부동산 박하순 사장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역의 전세난은 서울 중심부에서 밀려나는 '전세 피난' 수요 때문" 이라며 "평형을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을 옮겨 같은 평형대를 찾고 있다" 고 분석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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