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인저축 실명제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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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1일을 기해 전격적으로 개인저축 실명제 실시에 들어갔다.

국무원령으로 발표된 개인저축 실명제는 1993년 한국이 도입한 금융실명제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명제 실시는 시장경제 발전에 따른 금융개혁의 일환이다.

◇ 실시방법〓1일부터 예금을 할 때는 신분증에 기재된 실명만 써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존 가.차명 계좌를 사용해 출금할 때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추가로 입금할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실명확인을 한번 거친 계좌에 입금할 때는 또다시 확인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

◇ 목적〓중국당국은 실명제 실시의 이점으로 가.차명 통장을 분실.훼손했을 경우 예금주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이전의 문제점을 극복, 예금주의 합법적 권익을 한층 더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첫째, 부패 척결이다. 가.차명 계좌를 이용한 돈세탁을 막고 골칫거리인 공금 횡령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중국 법제일보(法制日報)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개인 예금액 6조2천2백70억위안 중 10%가 빼돌린 공금이다.

국유기업 간부들의 상당수가 장부를 조작하면서 빼돌린 비자금을 소금고(小金庫)로 부르는 개인 호주머니에 넣어둔 채 별장 구입이나 해외여행 등 개인 유흥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명제 실시에 따라 이같은 부패행위는 된서리를 맞는다.

둘째는 세수 증대. 예금실명제의 실시로 개인소득의 전체가 드러나 개인소득세 징수가 용이해진다. 누진세율 등을 적용, 부(富)의 재분배가 가능하다. 중국은 아직 전산망 미비로 종합과세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은 이미 이쪽으로 잡혀 있는 상태다. 또 실명제로 시장경제의 필수인 신용경제도 정착시킬 수 있다.

◇ 영향〓가.차명 계좌의 예금이 뭉치로 빠져나가 금융기관의 현금 부족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이들 돈이 해외로 흘러나갈 가능성도 크다. 특히 개인저축실명제는 중국의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관념에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중국인들의 저축은 개인보다 가족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모든 돈의 소유주가 개인별로 나눠지면서 가족 중심의 경제가 개인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중국당국은 부부가 이혼할 때에도 누구의 명의로 예금됐는가를 따져 예금주에게 권리를 준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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