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거듭하는 데미언 허스트, 이젠 그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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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월래스 컬렉션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신작 ‘노 러브 로스트-블루 페인팅스’ 앞에 선 데미언허스트. [사진작가 빌리 쉬퍼스 제공]

‘현대 미술의 악동’ 데미언 허스트(44)가 회화로 돌아왔다. 상어를 방부제에 통째로 절이고, 소머리를 잘라 유리상자에 넣어 파리가 꼬이게 하는가 하면,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는 등 ‘죽음’을 테마로 하는 엽기적인 설치 작품으로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했던 그다. 10월 14일 런던 월래스 컬렉션에서 개인전 ‘노 러브 로스트(No Love Lost)’를 시작한 데 이어 25일 런던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나싱 매터스(Nothing Matters)’라는 제목으로 전시에 나섰다.

두 전시 모두 자신의 신작 그림을 내놓았다. 그는 “기존 작업을 모두 멈추고 새로 회화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작가로서 변화를 추구한 것”이라고 28일자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아트컨설턴트 최선희씨가 런던에서 그를 만났다.

허스트는 “어느 순간 그림 외의 다른 작업에서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개념주의적 작품들이 작가로서 나의 생에 마지막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자라는 것처럼 자신도 그림을 통해 작가 생활을 시작했으며, 회화에는 낭만적인 뭔가가 있고 자신 역시 그 점에 매료돼 왔다고 설명했다.

창조적인 예술의 본질은 ‘아이디어’에 있으며 ‘실행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던 그가 왜 스스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는 “그 말은 개념주의 작업에 대한 것이며, 나 역시 회화의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늙은 화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화 밖에서 창조적인 여러 시도를 한 것처럼 회화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회화의 기법은 개념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할 지라도 그림 속에 들어있는 오브제들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이었다.

평단의 혹평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앤디 워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누군가 너의 작품에 대해 비난하면 그저 더 만들어라’라는. 그러면서 “작가라면 어떤 한 가지를 계속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때로 그 과정 자체로 인정을 받게 된다. 주위의 평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로 밀고 가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다”고 피력했다.

25점의 회화가 전시된 월래스 컬렉션을 찾은 방문객 수는 지난 10년간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의 전시에는 2년간 그린 20여 점의 회화를 선보였다. 까마귀·해골·레몬·칼·전갈 등의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내면을 그려냈다. 같은 사이즈의 그림 세 점이 한 세트인 트립틱은 100억원이 넘었고 10호 정도의 작은 그림은 10억원이 넘었다. 그럼에도 갤러리 관계자는 “다수의 작품이 팔렸다”고 밝혔다.

정형모 기자, 인터뷰=아트컨설턴트 최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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