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식품 매출비중 줄고 의류·가전 비중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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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생필품을 값싸게 파는 곳으로 인식돼온 할인점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식품이 할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품목수가 많아지면서 의류와 가전제품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1993년 서울 창동에 신세계 E마트가 생길 때만 해도 식품(생식품 및 가공식품)의 비중은 60%를 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48.8%로 떨어졌다.

매년 조금씩 감소하던 식품 비중이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올 3월에는 44.8%로 더 밀렸다.

반면 의류 매출의 비중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95년 7.8%였던 것이 올 3월에는 15.3%로 뛰었다.

가전제품의 비중도 95년 7.8%에서 올해는 11.3%로 높아졌다.

98년 사업에 뛰어든 롯데 마그넷도 식품 비중이 98년 63.7%에서 올해는 55.3%로 떨어졌다. 반면 의류는 1.4%에서 7.5%로, 가전생활용품은 7.7%에서 11.5%로 높아졌다.

이같은 현상은 까르푸.킴스클럽.홈플러스 등 다른 할인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의류나 가전제품을 백화점에서 사던 고객이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며 "할인점도 여기에 맞춰 식품보다 이윤이 높은 의류 등에 치중함으로써 쇼핑 패턴이 변하기 시작했다" 고 분석했다.

할인점들은 고객의 쇼핑 욕구에 맞춰 의류와 가전제품 및 스포츠.문화용품 매장을 늘리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등 상품군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할인점이 취급하는 품목수는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까르푸는 설립 초기인 97년 7월 1만2천여개 품목을 팔았으나 올 3월에는 두배가 넘는 2만6천여개로 늘었다.

E마트는 95년 1만9천개였던 품목수가 올 3월 현재 3만5천개로 84% 늘어났다.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고객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새로 개점하는 점포들은 다양한 식당을 유치하고 놀이방.수유실.사진점.세탁소.안경점.자동차정비소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E마트 마케팅팀 안상도 부장은 "과거에는 할인점이 싸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충분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신경을 쓰는 추세" 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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