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 '구제역'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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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에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口蹄疫)'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의 발병 소식이 전해지자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1㎏에 2천7백원에서 2천원으로 떨어지는 등 양돈농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또 쇠고기.돼지고기 판매량이 줄고 반품량이 늘어나는 등 육류 소비가 줄고 있다고 농림부가 전했다.

파주 젖소의 수포성 질환이 소.돼지에 치명적인 의사(疑似)구제역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대만이 한국산 축산물에 대한 수입을 일단 중단하자 정부가 비상조치에 나섰다.

농림부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한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잠정 보류함에 따라 국내 양돈농가의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파동을 막기 위해 29일부터 수출물량을 전량 수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매 대상은 1백㎏ 이상의 수출용 규격돈을 원칙으로 하되 수매가격은 1백㎏짜리 한마리에 14만3천원 선으로 책정했다. 축산발전기금 3천억원을 긴급 확보, 지원키로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8일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긴급 소집, 의사구제역 방역과 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전 부처가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축산업 생산자단체인 축협중앙회도 협동조합 통합반대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비상대책본부를 구성, 자체적인 방역대책 마련에 나섰다. 돼지고기 대일 수출업체와 유가공업체들은 수출 작업을 일단 중단했다.

농림부는 "증세가 구제역과 비슷한 것은 사실" 이라며 "구제역 여부의 최종 확인은 바이러스 검사가 끝나는 1주일후께 판명될 것" 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주 소 15마리에서 발병한 이후 인근 반경 20㎞ 이내에서 사례가 더 나타나지 않아 병이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

◇ 구제역이란〓구제역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에 발생하는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 입과 발굽에 물집이 번지면서 앓다가 죽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으며 구제역에 걸린 돼지고기 등을 먹어도 인체 건강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1934년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있을 뿐이다.

감염 동물 자체와 배설물, 관련 축산물은 물론 황사 등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97년 대만에서 이 질병이 확산되면서 대만산 돼지의 일본 수출길이 현재까지 막혀 있다.

홍병기.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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