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은 대한항공 승무원 모녀 예금희-전영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모녀(母女)가 대(代)를 이어 스튜어디스가 됐다.

1971년 대한항공 공채 13기 스튜어디스로 입사, 3년간 근무했던 예금희(芮錦姬.50)씨의 외동딸 전영은(田榮恩.24)양이 지난주 수습을 끝내고 대한항공의 정식 스튜어디스(공채 1백30기)로 발령을 받았다.

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한항공에 입사했던 芮씨는 "당시만 해도 해외에 나간다는 장점과 화려한 직업세계 때문에 스튜어디스는 여대생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고 회고했다.

결혼과 동시에 퇴사해야 하는 제도 때문에 3년만에 그만둬 스튜어디스에 미련이 남았다는 芮씨는 "딸 덕분에 그 미련도 이제는 없어졌다" 면서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지난주 파리에 첫 국제선 비행을 다녀온 田씨가 시차 때문에 피곤해 하자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다독거리기도 했다.

芮씨는 최근 비행기를 타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튜어디스들이 무릎을 꿇고 서비스하는 눈높이서비스 때문이다. 당시에 그런 서비스는 꿈도 못꾸었고, 오히려 커피를 서비스하면 다방처럼 돈을 주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한 뒤 지난해 11월 입사한 田씨는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게 적성에 맞는데다 어머니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 며 "어머니와는 달리 결혼후에도 승무원을 계속하겠다" 고 말했다.

88명 동기중에 수습성적 1등을 차지했던 田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통해 스튜어디스는 화려함이나 사치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라는 점을 배운 게 유익했다" 고 말했다.

티셔츠.청바지를 즐겨 입는 신세대 田씨에게 이제는 정장을 요구하는 芮씨는 "스튜어디스의 친절한 자세는 즐거운 마음과 평상시 행동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며 "세계화 시대인 만큼 어학 등 자기계발에 소홀하면 안된다" 고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글〓김태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