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6.추락하는 공룡 수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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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은 인구 기준으로 세계 5대 도시에 든다. 서울의 '삶의 질' 수준은 외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윌리엄 머서사(http://www.wmmercer.com)는 지난해 12월 세계 2백18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해 서울의 삶의 질을 92위로 평가했다.

파나마의 파나마시티, 터키의 이스탄불과 비슷했다. 살기 좋은 도시는 캐나다의 밴쿠버, 오스트리아의 빈, 스위스의 취리히와 베른 순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도쿄(東京.24위)가 가장 상위였고 일본에서는 도쿄를 포함해 고베(神戶).요코하마(橫濱)시 등 9개 도시가 서울보다 높았다. 또 싱가포르(44위).홍콩(69위).콸라룸푸르(69위).타이베이(臺北.80위)도 서울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조사는 도시의 안정성.범죄 발생률.교통혼잡도.여가시설.주거환경.공해.은행 서비스.의료 서비스.수질 오염도 등 39개 항목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 뉴욕을 1백점으로 해 상대평가를 했다.

1위를 차지한 4개 도시의 점수는 1백6점, 서울은 81.5점이었다.

서울의 구청별 주거환경은 어떠할까.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수도권 지역 거주자 6백명 대상 설문조사와 각종 통계를 기초로 평가한 결과 서울의 경우 교통.방범 분야에서 앞선 중구가 1위를 차지했다. 녹지공간.문화시설이 우수한 종로구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서초구(3위).강남구(4위).송파구(5위)가 차지했다.

화랑.극장.소공연장 등 문화공간은 종로구가 2백3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강남구(1백22곳).중구(53곳)순이었다.

이에 비해 공원 점유율(공원면적/전체면적)이 5.4%에 불과한 성동구가 주거환경 결과에서 25개 구청 가운데 꼴찌였다. 24위는 마포구, 23위는 구로구였다.

성동구 행당동에서 40년째 살고 있는 이병철(李秉哲.66.상업)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공원이나 산으로 가고 싶어도 주변에 거의 없어 아예 포기하기 일쑤" 라고 말했다.

공원 점유율은 강북구가 55%로 가장 높았고 도봉구(52%).은평구(49%).종로구(41%)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건축도시조경학부)교수는 "주변의 녹지공간이 30%를 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집을 살때 녹지공간 등 환경적 측면보다 교통여건.공공시설 이용 등 편리성(48%)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쾌적성(24%).안전성(21%).보건성(6%)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에서는 사회복지시설.녹지면적 등에서 앞선 과천시가 1위를 차지했으며 오산시.성남시가 뒤를 이었다.

반면 그린벨트가 많은 하남시의 경우 방범.의료시설.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최하위(18위)를 차지했다. 개발이 그만큼 뒤쳐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리(17위).의정부시(16위)도 최하위권이었다.

국토연구원 진정수(陳正洙)박사는 "서울은 녹지공간 부족과 고밀 주거로 주거의 쾌적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도심이 가까운 교통편리성.근린생활시설의 접근성이 수도권 지역보다 좋다" 고 평가했다.

고수석 기자

<시리즈 연재순서>

▶1회-폭발하는 특별시

▶2회-개발 소외된 인천시

▶3회-기형 개발 경기도

▶4회-깊어가는 교통병

▶5회-내 몫 챙기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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