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 깨져 … 가축 사료 포함하면 26%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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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26면

2년 연속 쌀 농사가 대풍을 기록했다. 올해 수확량이 491만6000t으로 예상치를 23만여t이나 웃돌았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공공비축미와 농협 수매 등으로 71만t을 사들일 예정이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외국쌀 수입은 꾸준히 늘어난다. 남아도는 쌀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정부는 해마다 골머리를 썩인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식량자급률

하지만 쌀을 뺀 나머지 곡물은 사정이 정반대다. 국내 생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을 해외에서 사들여온다. 1959년 97%였던 식량자급률은 지난해 49.2%로 급락했다. 먹을거리의 절반 이상이 외국산이라는 얘기다. 국수나 빵 등 밀가루 음식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쌀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어 이 비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가축 사료를 포함하는 곡물자급률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중 100.4%에서 26.2%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식량자급률에 비해 하락 속도가 빠른 것은 경제성장으로 육류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나 돼지, 닭의 사료는 거의 모두 외국산 곡물을 가공해 만들어진다. 토종 한우도 수입곡물을 먹고 자라는 세상이다. 지난해 밀의 국내 생산량은 전체 소비량의 0.4%에 불과하다. 옥수수는 0.9%, 콩은 7.1%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곡물은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분야가 됐다. 세계 곡물 가격이나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밀가루와 식용유·설탕값이 출렁거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안정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도 장바구니 물가가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쌀·밀값은 지난해 최고치의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2005년과 견주면 27% 올라 있다. 코코아·설탕·차 등 아침식사용으로 많이 쓰이는 농산물 가격은 30년 만의 최고치다.

인도 등 개도국의 인구 증가와 농업투자 부진, 옥수수·사탕수수의 연료 전환 등으로 곡물가격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곡물자급률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쌀국수·쌀빵 등으로 쌀 소비를 늘리고 밀가루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처럼, 밥을 많이 먹는 게 나라사랑 하는 시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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