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눈빛 속에, 사람이 숨어 있더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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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06면

Trotsky(2008), 40×53 inches, Pigment Print

개의 이름은 만 레이(1890~1976·렌즈 대신 인화지에 직접 피사체를 배치하고 빛을 비춰 만든 추상적 영상으로 유명한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였다. 화가이자 사진 작가, 비디오 아티스트인 윌리엄 웨그먼(66)이 1970년 어느 가을날 만난 충직한 친구이자 모델.
순박한 성품의 사냥개인 바이마라너 종이었다. 삶을 달관한 듯 초연한 듯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 웨그먼은 수시로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다. 72년 뉴욕으로 간 웨그먼과 만 레이는 12년간 그렇게 좋은 파트너였다. 만 레이가 죽자 충격으로 일손을 놓았던 웨그먼은 6년 같은 바이마라너 종인 페이 레이를 두 번째 파트너로 선택하고 새 작업에 나선다. 잇달아 태어나는 페이의 새끼와 다시 그 새끼들의 출중한 연기력을 십분 활용해 ‘신데렐라’ ‘빨간 모자’ 같은 동화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 ‘하들리 보이즈’를 제작해 9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윌리엄 웨그먼 William Wegman 展’

Strength(002), 34×34 inches, Giclee print

총 33점이 준비된 이번 전시에는 관광 엽서나 사진을 중심으로 자신의 감상을 덧붙여 그린 웨그먼의 회화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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