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화민폐' 극심…후보지지부터 여론조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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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13총선을 앞두고 무차별적인 전화 공세로 유권자들을 괴롭히는 사실상의 '전화 폭력' 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등을 빙자해 지지를 호소하거나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는 '얼굴없는' 불법 선거운동이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불법.탈법 행위를 해도 좀처럼 단속에 걸리지 않는 이점 때문에 많은 후보들이 전화를 통해 위험수위를 넘어선 선거운동을 전개 중이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월 증가한 전화회선은 11만6천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여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 활개치는 전화 스토킹〓경쟁 후보의 이름을 도용, 주로 심야에 집중적인 전화를 걸어 유권자들의 불쾌감을 유도하는 '네거티브' 수법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북에 사는 金모(50)씨는 0시~오전 1시만 되면 특정 후보의 운동원이라는 사람들로부터 거의 매일 전화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후보는 "새벽에 전화건 적이 없다" 며 펄쩍 뛰었다.

◇ 판치는 불법 여론조사〓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최근 "얼굴이 조금 알려졌다고 햇병아리를 뽑겠는가" "경륜과 학식이 풍부한 후보를 뽑겠는가" 라는 사실상의 지지유도를 하는 여론조사 전화가 매일 걸려오고 있다.

경기도 K시에도 특정 후보에 대해 물은 뒤 모르면 자세히 가르쳐 주겠다는 식의 전화가 하루 3~4차례 집중적으로 걸려오는 상황이다.

미디어리서치 조사부 김완규(38)씨는 "전화를 받았더니 내 직장과 똑같은 이름을 대는 어처구니없는 사이비 여론조사도 경험했다" 며 "사이비 여론조사 기관들이 난립하면서 우리 회사에도 유권자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고 말했다.

사회부 총선팀〓이상복.박현선.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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