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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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5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3일 '지리산국립공원 야생동물.생태계 정밀조사 최종보고서' 를 통해 "지리산에는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이 생존하고 있다" 고 확인하고 "마리 수(개체수)는 많지 않으나 5마리 내외일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고 밝혔다.

3년여에 걸친 지리산 정밀조사를 통해 반달가슴곰 서식 사실 확인과 더불어 구체적인 개체수까지 공식 보고된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최종보고서는 지리산 북부지역인 반야봉과 동부지역인 삼신봉 등지에 각각 2~3마리씩 반달가슴곰의 서식이 확인돼 지리산에는 모두 5마리 안팎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1998년 9월 20일 지리산 산악구조대장인 吳모씨가 묘향암~심말능선~반야봉 하부에서 몸무게 1백50㎏, 몸길이 1백50㎝ 정도의 곰을 20m 거리에서 직접 목격했다" 고 전했다.

보고서는 반야봉 인근 지역의 경우 겨울철에 해발 1천4백~1천6백m 지점에서 눈 위에 찍힌 발자국과 나무 둥치를 긁은 흔적 등으로 미뤄 2~3마리가 함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반야봉 지역에는 고사목이나 큰 구멍을 가진 노거수가 많고 은신처로 사용될 만한 바위굴도 많아 반달가슴곰의 동면굴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고 최종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반야봉 지역과 가까운 지리산 남부지역에서 동면굴.서식 흔적 등이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반달가슴곰이 계절에 따라 남부지역과 북부지역을 이동하며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 지리산 동부 7개 지역에서도 반달가슴곰의 서식 흔적을 발견했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조사에서 곰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삼신봉 인근에서는 들매나무 껍질이 벗겨진 부분과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남긴 흔적이 있었으며, 써리봉 정상 부근 여러 곳에서도 흔적을 찾았다는 것이다.

97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지리산 포유류 조사단을 총괄한 한국교원대 김수일(金守一)교수는 "반달가슴곰의 존재 여부나 개체수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고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발자국 등의 흔적을 최종확인한 끝에 내린 결론"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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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조사와는 별도로 3년째 지리산 반달가슴곰 분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립환경연구원 야생동물과 김원명(金源明)박사도 "지리산에는 최대 5마리 정도의 반달가슴곰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 라고 말했다.

82년 천연기념물 329호로 지정된 반달가슴곰은 해방 전까지만 해도 곳곳의 산악에서 자주 목격됐으나 83년 설악산에서 총에 맞은 상태로 발견된 이후 생존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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