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있어야죠? 김치는? 트레이너도? 김태균·이범호 일본서 특급 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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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태균(27·지바 롯데 머린스)과 이범호(28·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대한 소속 구단의 지극정성이 눈길을 끈다. 둘은 각각 3년간 7억 엔(약 90억원)과 5억 엔(65억원)의 엄청난 몸값을 받고 최근 입단했다. 구단은 몸값 외에도 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바 롯데는 계약 당시부터 김태균에게 ‘특급 제안’을 했다. 계약금(1억 엔)과 연봉(1억5000만 엔) 외에 받는 인센티브(1억5000만 엔)도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태균이 제안한 개인 트레이너 고용도 “구단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태균을 활용한 ‘한국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바 롯데의 홈구장인 머린스타디움 내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김치 버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은 최근 지바 롯데 구단주 대행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지바 롯데 경기의 TV 중계권을 한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범호 역시 팀을 살릴 귀인으로 모시고 있다. 입단식을 위해 일본을 다녀온 이범호는 “구단에서 개인 차량을 제공하겠다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승용차 제공은 일본 진출 선배인 선동열·이종범(이상 전 주니치), 이승엽(요미우리)도 받지 못한 대접이다. 쓰노다 마사시 소프트뱅크 대표는 “팀 식단에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김치는 물론 한식을 추가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왕정치(일본명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과 아키야마 고지 감독도 이범호와 따로 식사를 하며 “무엇이든 말하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만큼 두 구단이 김태균과 이범호의 실력에 믿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둘은 지난 3월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 개의 홈런을 때리며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WBC 후유증으로 올 시즌 성적은 예년에 비해 떨어졌지만 일본 구단들은 이들의 기량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지바 롯데는 세토야마 류조 사장이 김태균과 한화의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인 12일 직접 한국을 찾아 다음 날 곧바로 계약을 완료했다. 일본 홈런왕 출신의 왕정치 회장도 WBC에서 이범호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한 뒤 “장타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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