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 … 채무상환 6개월 연기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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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아침 두바이 항구 근처의 도심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부도 위기에 몰린 두바이의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두바이 로이터=연합뉴스]

‘사막의 기적’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아왔던 두바이가 대표 국영기업 두 곳의 채무 상환기일을 연기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는 25일(이하 현지시간) 경제개발을 주도해온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힐의 채무를 최소한 내년 5월까지 ‘동결(standstill)’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두바이월드의 빚은 593억 달러로 두바이 전체 채무(800억 달러)의 절반을 훨씬 넘어선다. 자회사 나힐은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맡은 회사로 다음 달 14일까지 35억 달러의 이슬람채권을 갚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가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금액은 3200만 달러(약 380억원)다.

두바이 당국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지는 이슬람의 축제일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25일 증시가 마감된 직후를 발표 시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중동을 제외한 국제금융시장은 ‘두바이 쇼크’로 출렁거렸다. 채무상환 연기 요청으로 두바이 국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수수료)은 급등했다. 전날 318 bp(베이시스포인트, 1bp는 0.01%포인트)로 마감된 CDS 프리미엄은 25일 무려 100bp 이상 뛴 440bp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지급하는 보험료 성격이다. 이 수치가 높아진 것은 두바이 국채의 부도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인접한 중동 국가 국채의 CDS 프리미엄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만큼, 두바이 쇼크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 7개 토후국 중 둘째로 크며, 세계 최고층 빌딩과 세계 최대 인공섬으로 유명하다. UAE 7개국 가운데 가장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주택가격이 2008년 최고점에 비해 반 토막 난 상태다. UBS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두바이 주택가격이 30%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두바이의 채무상환 연기 요청이 부도(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필립 로터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는 디폴트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이날 부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6개 두바이 국영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터져나온 두바이의 충격적인 발표로 중동의 무역 중심지에 디폴트의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와 외자 유치에 의존하는 두바이식 경제모델이 한계를 드러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서경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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