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주택 표준설계도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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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 청원군 부용면 문곡리 金성한(52)씨는 최근 25평짜리 주택을 짓기 위해 정부가 보급한다는 표준설계도를 얻으러 군에 들렀다가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슬라브 지붕 형태의 집 도면을 찾았으나 경사진 기와지붕이나 조립식 패널지붕 일색인 데다 25평짜리 도면으로는 마땅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농촌지역의 주택개량을 지원키 위해 농업기반공사(전 농어촌진흥공사)가 권장, 보급하고 있는 표준설계도가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2일 충북도와 농업기반공사 충북지사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출장소의 읍.면.동사무소와 농업기반공사 7개 지부 및 사무소는 농업기반공사가 개발한 70여가지의 도면을 비치,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해 동안 표준설계도 이용을 위해 도면 무료발급 실적은 읍.면.동의 경우 전체 3천1백79건의 허가 및 신고 건수 중 38건에 불과했다.

보은군의 경우 1995년 이후 단 한건의 실적도 없었으며 비교적 건축이 활발한 청원군이나 음성군 역시 표준설계도를 복사해간 주민들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보다 실적이 좋은 편이나 지난해 기껏해야 73건에 불과하다.

표준설계도를 활용할 경우 설계비와 감리비를 합쳐 약 1백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는데도 이처럼 외면당하는 것은 농촌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내부구조 변경이 불가능한 것도 단점이고 98년 이후 새로운 도면이 개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음성군 관계자는 "농민들은 고추나 곡물을 말리기 위해 슬라브지붕을 선호하나 슬라브지붕 형태는 한가지도 없는 데다 모델 자체가 구형이고 다양하지 않아 실수요자의 땅 모양과 일치하는 유형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시.군은 자체적으로 40여가지의 도면을 추가로 개발해 주택건축 허가 및 신고지 설계도면 작성 업무를 대행해주면서 보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원〓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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